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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년] 나를 돌아볼 수 있었던 겨울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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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도 인연일까. 대종사님이 열두 제자와 함께 처음으로 선을 나신 만덕산 성지에서 대학선방 첫 선을 나게 된 것 말이다. 원래는 여름대학선방을 가고자 했기에 이번 선이 두 번째가 될 뻔 했으나, 다른 일이 겹쳐서 아쉽게 여름대학선방에는 가질 못했다. 이번 겨울 대학선방도 안암교당 7일간의 출가여행과 겹쳐서 고민했었다. 고민 끝에 주임교무님께 물으니, “대학선방에 가보는 게 낫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7일간의 겨울대학선방에 참여하였다.
 이번 선방은 ‘나를 놓는 마음공부, 나를 찾는 마음공부’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첫날, 만덕산훈련원 원장님이 주제를 풀어주시면서, 속세의 일로 인해서 때묻은 나를 놓아 버리고 참다운 나의 본성을 회복하라고 하셨다. 7일 동안 스마트폰도 없고, TV도 없는 곳에서 외부와 단절되어 아무런 소식을 듣질 못했다. 그 덕분에 주제에서처럼 오롯이 나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선방이 끝나고 이렇게 글을 쓰면서 나 스스로를 평가해보자면, ‘나를 놓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를 찾을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나를 놓지 못했다. 예전부터 그래왔지만, 나는 감정을 다스리려고 했다. 어렸을 때를 제외하고, 서럽게 펑펑 울어본 적이 얼마없다. 펑펑 울었던 것도, 남 앞에서가 아니라 나 홀로 있을 때, 그것도 내 자신이 서러워서였다. 감정을 억제하면서 지키고자 한 것이 자존심인지 아니면 체면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심심톡에서든 선 수련에서든, 교무님은 나오는 감정을 억제하려 하지 말라고 하셨다. 감정을 자연스레 풀어내는 건 나쁘지 않다고 하셨다. 실제로, 그 시간마다 우는 교우들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울지 않았다. 아니 울지 않으려고 했다. 남 앞에서 눈물을 보이기 싫었다. 끝까지 나를 잡고만 있었다.
 또 하나 못 놓은 게 있다. 오지랖이다. 나는 종종 오지랖이 넓다는 소리를 듣는다. 내 할 일, 혹은 내 담당이 아니더라도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끼어든다. 때로는 잊을 뻔한 일을 챙겨줬다며 좋은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보통은 왜 나서냐고 싫은 소리를 듣는다. 이번선방에서도 단장, 중앙이 해야 할 일인데 내가 끼어들어서 한 적이 몇 번 있었다. ‘단장님이 알아서 하시겠지’, ‘중앙님이 알아서 하시겠지’하고 놔뒀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그렇지만 나는 나를 찾았다. 내 본성까지 들어다 보고 찾은 건 아니다. 그랬으면 출가했을 것이다. 다만, 내가 어떤 수행방식을 취해야 하는지 찾을 수 있었다. 선 수련 시간에 ‘머리형, 가슴형, 장형’의 세 가지 유형을 배웠다. 각각의 유형들은 수행방식이 달랐다. 구분에 따르면 나는 머리형이었다. 머리형은 자력이 강하기에 기도 등의 타력을 더 기르라고 했다. 내가 모자란 부분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알맞은 수행방식을 찾을 수 있었다.

 하나 더 찾은 게 있다. 선방에 오기 전에, 내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나 자신은 원래 역사교사가 되고 싶어서 역사교육과에 왔었는데, 대학 1년을 보내면서 교편을 잡을지 아니면 학문을 할지 고민이 생겼었다.

 이번 선방에서 어느 정도 방향성을 잡았다. 묵언 시간과 서원정진기도, 그리도 100배를 하면서 내 자신과대화를 했다. 그러면서 주변의 추천으로 마음 속 갈등이 생겼다는 것을, 내가 원했던 것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임을 생각하였다.
 선방이 끝나고 놓아버리지 못한 것들에 아쉬움이 남는다. 반면에 찾은 것들로부터는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다. 놓아버리지 못한 건, 아직 초선이기에 그런 것일까. 앞으로도 선방에 올 기회는 많다. 그때마다 하나씩 놓아버리고, 하나씩 얻어가고 싶다.